2009년 08월 10일
일본영화같은밤
파도소리가 페이드 인 하는 그런 밤이 매일 이어지는 일본영화같은밤
약속된 밤이 잦아드는 그런 일본영화같은밤
외근다녀오는 길에 완전히 나가버린
구두굽을 갈아줄 사람으로 반에 반에 반 짝짜리 철제 박스안에서 영업하는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보곤 하는 칠순 넘은 할아버지에게 갔다
할아버지는 꽃을 정성껏 기르곤 하는데 화분 겉면에다가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등의 글씨를 써놓곤 하고 화분이 바짝 볕을 받을 시간에는
구두들에게도 공평하게 볕을 쪼여주곤 한다 오다가다 봤었다
할아버지가 반색을 하며 뒷굽을 갈더니 밑창도 대라고 살짝 영업이 들어왔다
나는 사무실에 바로 들어가봐야해서요 내일 뵐게요, 하곤 사무실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랑 더 얘길 하고 싶었지만
사무라는 개념을 발명해내고 시간을 엿바꿔먹고 반복을 혈액순환시키는
우리 세계가 실로 가상함을 느끼지 아니할 수 없었다
개념없는 인간들 혼구멍을 내주려 해도 에이 뭐 급수가 맞아야 정치도 하지
자라지 않는 시간들 뒤치닥거리 이게 내 밥그릇 밑면에 새겨진 전부야 아닐테지만
희생없이 기대치만 높은 우리 소비세대는 축적보다 업데이트의 미덕에 밝은지라
지혜를 담아주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즉
퇴근길엔 꼭 쌍용자동차 영업장을 정통으로 보면서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수 밖에 없는데
죽은 상권이란 건 이 지폐의 꿈속에서
호환 마마 죽은 신념보다도 서늘한 죽음이라고 생각되어
옵스 빵이랑 에이즈 신약이랑 푸켓 풀빌라랑 폭스바겐 골프랑 기부천사랑 선덕여왕이
너위너위 꼴라쥬되는 계통없는 일본영화접붙은밤
청사포의밤
설 누인 대갈치우고
이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만이
이노센트여라.
# by | 2009/08/10 22:27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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